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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자기 계발은 타인을 향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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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자기 계발은 타인을 향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_포코 2024. 6. 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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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는 오직 삶의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다양한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드러난다. 바로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자아는 사물이 아니라 이야기다.

심리학과 철학에서는 이것을 '서사적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는 자아가 서사를 통해, 다시 말해 개인의 이야기와 개인이 경험하고 해석하고 상상하는 방법을 통해 드러난다는 서사성 이론을 발전시켰다. 의미와 자아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그리고 이야기로 표현된 후에야 발전한다. 찰스 테일러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서사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연결한다. 우리는 삶의 특정 사건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삶 전체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지는 세상과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해석하느야의 문제이며, 이것은 서사성에 의해 달성된다. 서사는 진화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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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는 오직 타인과 더 넓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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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신학자 존 음비티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며, 우리가 있기에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바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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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자아를 사물로 보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심지어 영구적이고 불변하는 자아는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존재하는 개체라는 의미의 개별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자아는 환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관계적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계발하거나 개선할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자아를 세계에 중심에 두고 몰두하려 하는 것은 잘못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아 중심성은 이기심, 경쟁으로 이어져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 계발 실천에서 우리는 자아에 전념하기보다 타인에게 관심을 쏟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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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 인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며 타인을 기꺼이 수용하고 주위 환경에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면 루소가 권고한 자기애, 즉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기애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자기애가 있다면 대개 자기 자신과 남을 희생시켜 개선하고자 했던 것마저 파괴해버리는 집착적인 자기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자기 계발 행동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성장을 시작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주고받을 수 있는 타인과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주고 받았고, 이야기와 역사가 있다. 우리는 인간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빈 캔버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원자재나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