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DY BETTERMENT
필사)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본문
35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삶에 대한 자신만의 태도와 철학이 있고 가치를 부여하는 각기 다른 요소들이 있다. 이것들이 한데 얽혀진 결과가 '라이프 스타일'이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모금의 담배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한다. 위스키, 애인, 담배가 그녀의 핵심 가치이자 곧 삶의 방식인 라이프스타일로 귀결된다.
미소의 위스키와 애인, 담배의 격에 견줄만한 나의 시그니처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들로 꾸려진 내 삶은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면 미소가 그랬듯, 핵심 가치에 해당하지 않는 그 밖의 모두를 회색처리할 수 있다.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지 나의 선호를 명확히 알면, 그 생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나 또한 삶의 각 영역에 미소만큼이나 두드러진 시그니처가 있다. 두드러진 백색 영역에만 인색하게 써도 자원이 언제나 부족하기에 그 밖의 여집합에 여유를 허용할 만큼 자비로울 수가 없다. 낭비와 충동구매는 더는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 생활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중심으로 생활을 꾸리고 어떤 일들을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그 시간 속에서 역할이 없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여유가 없다. 낭비가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질 만큼 다른 곳에 한톨의 자원도 쓰고 싶지 않아진다.
시간과 돈과 자유를 쓰고 싶은 대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공고하게 뿌리 내린 하루 일과와 생활이 완성되면 낭비, 과소비, 물욕과도 영영 결별하는 날이 온다.
45
몇 년째 신세를 지고 있는 손바닥만 한 작은 몰스킨은 내게 마음의 잔여물을 털어내는 창구이자 지혜를 구하는 학습의 전당이다. 종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듯 떠도는 생각과 감정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뚜렷하게 전하려는 바가 없어도 쓰다보면 결론이 맺어지고 남겨야 할 핵심과 미련없이 버려도 될 군더더기가 보인다. 스치는 생각을 날 것 그대로, 가장 신선할 때 수면 위로 건져올린다. 말문이 막힐 때까지 쉬지 않고 종이와 대화를 한다.
들끓는 감정의 온도를 삭여가며 토하듯 글을 썼다. 지금은 이성과 감정이 속도를 같이 할 만큼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경계가 없다. 그만큼 나의 내면도 많이 성숙해졌다는 뜻이겠다. 글을 써 왔던 시간이 고스란히 훈련으로 누적되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데도 꽤 경력이 쌓였다.
종이장처럼 가벼운 지금의 마음을 언제까지고 지켜내고 싶기 때문에 오늘도 잊지 않고 글을 쓴다. 하루를 마감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글을쓰는 나 자신이 자리한다. (조금씩 눈에 띄게 깨끗해진다.
110
새해가 밝으면 흔히들 세우는 신년 계획이나 버킷리스트, 이루고 싶은 위시리스트는 내게 없다. 그 대신 줄이고 싶은 열가지와 더하고 싶은 열 가지를 나열해 본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의 평상시 생활과 행동양식을 바라보며 1밀리미터의 크기로 몸의 각도를 조금 틀어 위치를 바꾸는 건 쉽다. 장대한 버킷리스트 대신 더하고 싶은 열 가지와 줄이고 싶은 열 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소심하고 하찮은 변화가 촘촘하게 쌓이면 성대한 성장과 성취로 이어진다.
116
아무리 바빠도 하루 30분은 자연 속을 걷는다. 빛과 바람은 음식 이상으로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여유가 닿는 대로 놓치지 않고 자연을 소비해야 한다.
134
타인의 삶을 소비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내 안을 채울 것이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때 나의 진짜 욕구와 원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타인의 판단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로 시작해 나로 완성된 존재가 우뚝 선다. 흔들리지 않는 생각과 신념은 이 시간동안 싹이 튼다.
146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 주고 고요한 객석에 자리를 잡으면, 자신이 덜 중요해지는 게 아니라 모두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한 사람이 목소리를 줄이면 상대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만 마찬가지로 내 소리 또한 상대에게 잘 전달된다.
166
제 아무리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려고 해도 사방에서 밀치고 서두르고 재촉한다면 나 역시 의지와 상관없이 조급한 군중의 물결에 떠밀려 속도를 내게 된다. 적당히 협조적인 주변환경은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내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내가 선택하고 조성한 환경, 공간, 시간에서 나온다. 지금도 단 하루만에 마음의 평정을 몽땅 잃은 채 얼마든지 불안에 벌벌 떨 수 있다.
생활을 복잡하게 만들고, 결정하고 선택할 일을 늘리면 된다. 시간을 조급하게 쓰고 한 번에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된다. 의식주는 뒷전으로 미루고 성공, 자기계발, 진급, 인맥에만 매진하면 된다. 맛도 향도 음미하지 않고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면 된다.
백여가지 계획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장황한 리스트를 만들어서 어서 해내라고, 이것밖에 못 했냐고, 못다 이룬 열망과 목에 걸어야 할 메달과 증명해야 할 성과가 이렇게 많다고, 다그치고 꾸짖자. 해낸 것보다 남은 일에 더 목을 매고 성장보다 결과에 집착하자. 뜯지도 않은 택배 상자가 현관 앞에 그득히 쌓여 있지만 또 뭔가를 주문해 삶을 소비의 종착지로 밀어 넣자.
불안이 서식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조건을 제 손으로 다 만들어 놓고 나는 왜 매일 이유도 없이 불안에 떠는 걸까 묻는다면 불안은 아무 죄가 없다. 불안을 한없이 허용한 나 자신에게 답이 있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선택만 하니 늘 불안과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사람마다 자극을 견디는 능력치는 다르다. 이를 알고 알맞게 환경을 조성해야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맞게 주변을 부드럽게 다듬어야 한다. 자극을 소화하는 자신의 체력을 알고 강도, 속도, 볼륨을 조절하는 것은 인색함이 아닌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나와 주변 모두를 위한 배려다.
내 집에서는 저녁이 되면 오직 희미한 간접 조명만이 밤을 고요하게 지킨다. 해가 지면 나 역시 휴식모드가 된다. 반짝이는 화면도, 울리는 휴대폰도,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재잘거리는 광고도 없다. 그러니 무료함과 적막을 견디는 나의 내성만이 매일같이 성장할 뿐이다.
185 프롤로그
저는 생각이 많은 스스로를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천성이라 여기고 오히려 즐기기 시작하니, 그리 나쁠 것도 없더군요. 불안했기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고 최선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불안만큼 훌륭한 생존 무기도 없습니다.
생각 많은 나의 천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질문과 고민과 걱정을 다 짊어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특별히 어떻게 해 보려고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생각은 생각일 뿐, 내게 해를 가할 수 없으니까요.
실도 많지만, 득도 없지 않습니다.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면 끝까지 파고들어 깊숙한 곳까지 가 보세요. 의외로 싫지 않은 수확이 있을지도.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사)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0) | 2020.09.23 |
---|---|
필사) 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 '퍼즈' (0) | 2020.09.22 |
필사)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등 3권 (0) | 2020.09.15 |
필사)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0) | 2020.09.11 |
필사) 당신에겐 OO다움이 있나요? '배민다움' (0) | 2020.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