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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대학교재로 선정 안 되나요?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_포코 2020. 4. 3. 14:53

저자 : 박진영

사회심리학 읽어주는 사람. 삶에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들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 의과대학 통합의학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시에 나를 돌보고 나를 잃지 않는 법(자기자비, 마음챙김, 겸손)에 대한 연구들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심리학 연구들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jinpark.egloos.com)’, 트위터 계정 @imaum0217_지뇽뇽의 사회심리학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심리학 일주일』『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고, [청년의사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했다. [과학동아]에는 어느덧 5년째 심리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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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비교로 인한 손해가 이렇게나 큰 건 좀 억울하기도 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해 버릇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면, '나만의 기준'을 세움으로써 이를 다소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름 사회적인 사람인 이유'

'내가 나름 능력 좋은 사람인 이유'

'내가 나름 행복한 사람인 이유' 등등 내 나름의 기준들을 떠올려보자. 

사는 건 이미 충분히 힘들다. 쓸데없는 기준에 휩쓸려 불필요한 패배감을 더하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

 

103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기대 따위를 신경 쓰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자처해서 관중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에서 관중으로 만들어버리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상당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때 관중이 홈팀을 응원하는 홈팬들처럼 호의적인 태도를 지녔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결국 평가하는 시선이 원흉이므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면 일거수일투족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이렇게 했어야지!" 하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박수쳐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111 닻 내린 후 조정하기

일단 내 주관적인 경험에 닻 내린 후 이를 조금 수정해서  타인의 상태를 알아맞히려고 한다는 것이다. 조정 과정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실제 정보들을 더 많이 고려하면 결과의 객관성이 좀 더 확보되긴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128

안타깝지만  이렇게 미움받기 싫어서, 받아들여지고 싶어서 타인의 기준을 자신의 욕망인 양 착각하고 자신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만약 당신도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착취해가며 무리를 하고 있다면, 즐거움보다는 불안을 덜어내는 게 목표라면, 오래 할수록 처음과 같은 즐거움이 사그라진다면 그건 진짜 내 열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129

왜 강박이 심한 사람은 자신을 위험에 빠트려가며 무리하는 모습을 보일까? 타인의 욕구와 상관없이 온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잘해내야 한다는 불안이 나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 되면 점점 무리하게 되고 어느새 즐거움도 사라진다. 이렇게 순순한 나의 욕구보다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목표를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강박적 열정'이라고 한다. 사실상 열정인 척하는 강박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들, 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세 가지 정도만 써보자. 내가 사는 이유 같은 두루 뭉술한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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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목이 내게 중요한 이유에 대해 써보자. 이걸 왜?하고 싶은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쓸모 있어 보이기 위해서? 안 하면 불안해져서?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134

일상생활 속에서 의지력과 목표 달성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자기와의 싸움이 지나치면 목표 달성률은 딱히 높아지지 않고 피곤해지기만 했다는 발견들도 있다. 평소 유혹을 뿌리치려 애쓰는 정도와 성공률은 별로 상관이 없었고 얼마나 방해요소와 에너지 소모가 많은 환경인지가 결과와 더 큰 상관을 보였다는 결과들이다.

의지력은 게임으로 치면 필살기 같은 거라서 소았을 때 위력은 조금 클 수 있지만 계속해서 쏘아 버릇하면 급격한 에너지 고갈을 가져온다. 따라서 의지력을 쏠 타이밍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를 잘 해내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통제를 시도하려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과 지나치게 싸우지 않는 사람일 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간의 의지력이란 것에는 원래 약점이 많기 때문에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할까'하고 탓하지 말자. 그보다 지금 나의 환경에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들, 예컨대 목표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 주의가 분산된다거나, 스트레스가 많다거나, 잠이 모자라거나 밥을 제대로 먹고 있지 못하는 등 이미 너무 많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다거나, 자신과의 싸움이 과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는지 등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의지력으로 버터야만 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144

한편 서로 응원해주는 사람의 존재는 서로의 용기가 된다. 나의 경우 현재 같이 일하는 슈퍼바이저 선생님은 나이 쉰에 박사를 받고 얼마 전에 교수가 되신 여성분이다. 또 다른 분은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육아에 10년을 보내신 후 갑자기 심리학 공부가 하고 싶다고 대학에 오신 분이다. 한 프로젝트 PI 선생님은 무려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시고 젊었을 때 프린스턴 대학에 계셨는데 아인슈타인과 대화를 한 적이 있으시다는 분이다. '나는 아직 예순밖에 안 됐는데 많이 일하면 피곤하더라고'같은 말이 나온다. 시작하기 늦은 나이 같은 것도 결국 다 사회적인 기준이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151

연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나는 자동차로서 실격이야. 더 이상 자동차로 살아갈 가치가 없어'라고 하는 자동차는 없다. 자존감 문제도 마찬가지다. 내가 별로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연료(사랑과 관심)이 낮구나. 그래서 힘든 거구나. 연료를 채워야겠다'라고 대응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자존감은 나의 사회적 상태를 알려주는 알림판일 뿐이니까.

 

159-163

인간만큼 자아 중독인 동물이 없다. 하지만 나 혼자서 자꾸 내가 좋거나 나쁘다고 생각해서 뭐하겠는가? 나를 포장하겠다는 욕심과 나에 대한 평가를 관두고 어차피 힘든 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나 더 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 멋지고 우월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내려놓고,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나에게도 따뜻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전뭉 용어로 '자기 자비'라고 부른다.

준 탱니의 작고 견고한 자아를 가진 사람의 특징

1. 자기 자신의 능력과 성격 등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아는 편이다.

2. 자신의 단점과 한계점을 잘 받아들인다.

3.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시각에 열려 있는 편이다.

4. 자신의 성취나 공로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다.

5. 자신에 대한 생각에만 빠져 있지 않다.

6. 다른 사람들이나 자신과 상관 없는 것들도 가치있게 여길 줄 안다.

자신을 낮추고 정직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보다, 뭐하나 잘했다고 해서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 태도가 겸손을 더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겸손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성취나 장점을 떠올린 후 자신의 인권이 다른 사람의 인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4

그저 누군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게 옳은 일이니 돕는 것이면 된다. 매번 누군가의 아픔에 마음이 흔들려서, 또는 심한 죄책감 등 감정적 동요를 잠재울 수 없기 때문에 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황과 상대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선행이란 감정 상태와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신념으로부터 태어난다.

 

240

바버 프레드릭슨은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 새로운 가능성과 성공 기회들을 찾아 도전하게 된다고 했다. 반면 불안이나 두려운 등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는 가급적 새로운 도전은 피하고 갖고 있는 걸 지키거나 실패하지 않는 데 주력하는 방어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는 긍정적인 정서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이 잘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반명, 움츠러듦과 관련된 부정적인 정서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기 떄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분이 좋을 때는 안심하고 이것저것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찾아 도전하게 된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지금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걸 중시하게 되고 '괜히 일을 버리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310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상처받기 쉬운 쿠크다스이며 소심하고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나 또한 그런 평범한 인간일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모든 인간이 외롭고 두렵고 상처받는다면 내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냐며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