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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성차 의학 시발 '여자에게도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다'

_포코 2024. 10. 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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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통증 인식과 무통각(통증 완화 또는 억제)을 담당하는 영역에는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의 수용체가 모두 있다.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은 신호전달과 관련된 단백질을 조절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꼐의 구조적 측면과 분자 수준의 작용을 통제하는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혈중 에스트로겐은 또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편두통이 월경주지 중 특정 시기에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서 세로토닌 감수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성호르몬은 뇌, 척추 그리고 전신 말단의 신경 수용체와도 결합한다. 통증의 인식과 통증에 대한 반응을 조정하는 데 관여하며, 심지어 통증 반응을 관장하는 수용체들이 추가로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통증 인식을 담당하는 감각신경인 통증 수용체에 자극이 전달된다. 통증 수용체가 통증 신호를 중추신경계로 보내면, 거기서 반응이 형성된다. 그러나 신호전달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신호(즉 감각)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진통제는 통증 수용체가 뇌로 보내는 신호를 모종의 방식으로 가로채거나 완화한다. 그러나 통증 수용과 인식에 성호르몬이 워낙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염증에 대한 여성의 반응이 본질적으로 워낙 독특하고, 여성의 세포가 중추신경계에 통증을 전달하는 방식 또한 남성의 세포와 다르기 떄문에 여성은 많은 치료법에 남성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남성에게 효과를 보이는 방법이 여성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어쩌면 아예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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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은 모두 체내에서 진통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심한 통증을 '둥글게' 깎아내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들이다. 이 과정을 광범위 유해기전억제(DNIC)라 부른다. 그러나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섬유근육통 같은 통증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체내에서는 DNIC의 활동이 덜 활발하다. 또한 뇌와 척수의 뮤수용체(통증 감각을 줄여주며, 아편유사제가 결합하는 수용체)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고, 여성의 체내에서 반응의 강도도 떨어진다. 월경 중에 요동치는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이 수용체의 반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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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만성통증 장애, 편두통, 자가면역질환의 유병률이 여성에게 더 높다. 생리 전 기간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 이런 질환들이 불꽃처럼 확 타오를 수 있다. 뇌에서 통증 인식을 관장하는 영역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뿐만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 다히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같은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수용체도 있다.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은 특히 중추신경계의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여성의 월경주기 동안 이 호르몬의 수치는 자연스레 요동치게 되는데, 그러면 통증 민감성과 인식 또한 덩달아 변화한다. 따라서 월경주기 중 어느 시점에 여성의 통증 장애가 확 심해진다면, 그 여성의 중추신경계가 인식하는 통증이 실제로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수용'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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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은 단순히 월경과 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방해꾼'이 아니다. 여성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면역체계에서부터 순환계까지, 통증과 진통제에 대한 반응까지 모든 면에서 생리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틴 등 다양한 여성호르몬은 온몸의 세포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에는 여성 염색체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계열의 호르몬 수용체도 존재한다. 그중에서 특히 에스트로겐은 자신을 세포 안으로 운반해 주는 '운반자'를 두고 다른 화합물들과 경쟁을 벌인다. 일부 처방약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세포의 주목을 끌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는 복잡한 역학이 형성되고, 이것이 물질의 수용에 영향을 미친다. 주로, 또는 전적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 건강상의 패턴, 주의할 점, 질병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피임약처럼 합성된 호르몬이 여기에 더해지면, 여성 특유의 위험 요인이 바뀌거나 복잡해질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체외에서 제조된 호르몬을 다양한 방식으로 매일 사용한다. 갱년기 증상과 피부 질환은 물론 심지어 우울증에도 호르몬이 처방된다. 이런 치료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우리가 항상 분명히 아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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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주기 중 황체기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통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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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호르몬대체요법을 시행하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의 효과가 증가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